아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희노애락을 기록해 뒀다가 나중에 한번씩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예전부터 생각만 하다가 더 이상 늦어지면 후회 할 것 같아서 아들의 육아일기 혹은 성장일기를 작성하고자 한다.
![[육아일기] 한번만 더 참을걸...](https://ijuslife.com/wp-content/uploads/2023/11/제목을-입력해주세요_-001-12-300x300.png)
일상
우리 부부는 둘 다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들은 생후 5개월 부터 daycare에 다니기 시작했다. 현재 38개월이니 3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보통 오전 7시 30분에 daycare에 가서 오후 5시 10~20분 정도에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와서 아내는 저녁 준비를 하고 아들과 나는 샤워를 한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아내는 씻고 나는 설거지를 하고 남은 오후 시간을 보낸다.
보통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하고나면 6시 30분에서 7시 사이가 된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아들이 원하면 30분 정도 짧은 (교육적인) 영상을 언어발달과 행동발달을 위해 보여 준다. 이 때 저녁 간식을 먹으며 영상을 시청한다. 요즘에는 “Daniel Tiger’s Neighborhood” 와 “Caillou”를 보여주고 있고, 한글에도 노출이 되기 위해 “딩동댕 유치원” 같은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영상이 끝나면 한 개 더 보고 싶다고 고집을 부릴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영상을 보기 전에 “오늘은 한개만 보는 거야” 라고 알려주면 잘 따라주는 편이다.
영상을 보는 동안 저녁 간식을 아들에게 준다. 스낵을 줄 때도 있고, 과일 혹은 젤리 등 영상을 보여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을 준다. 영상이 끝나면 양치를 하고, 침대로 가서 아내가 책을 1~2권 읽어준다. 책 읽기가 끝나고 보통 8시 30분~ 9시 사이에 불을 끄고 잠을 잔다.
어제는 저녁도 잘 먹었고, 영상을 보면서 간식도 잘 먹었고, 영상이 끝난 후 더 보겠다고 떼를 쓰지도 않았고, 간식을 다 먹은 후 양치도 잘 했고, 양치 후 책도 재밌게 보았고, 책 읽기 후 불 끄는 것 까지 완벽했다. 하지만 아들은 잠을 쉽게 자지 못했다.
한번만 더 참을걸…
오후 8시 30분~9시 정도에 불을 끄고 잠에 들기 때문에 우리의 육퇴시간은 오후 9시 정도이다. 몇 달 전 까지는 8시 30분 이후 시간에 운동도 하고 랩에서 끝내지 못한 데이터 정리, 발표 준비 등을 했는데 최근에는 새벽 시간에 좀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아 아들과 함께 잠을 자서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이러한 작업들을 한다.
그 전까지는 아내가 주로 아들을 재웠는데 최근에 나도 같이 잠을 자니 아들이 심리적으로 더 안정감을 느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제는 아내가 서류 작업을 할 것이 있었는지 책을 읽어주고 작업을 하기 위해 방을 나갔고 아들과 둘이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잤다. 하지만 아들은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인지 혹은 잠에 들 수 없었던 것인지 뒤척이고 옹알옹알 말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자는 척을 하고, 실제로 잠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자는 척을 하면 아들도 쉽게 잠이 드는편이었는데, 어제는 저녁과 간식을 많이 먹어서 속이 불편한 것인지, 엄마 아빠와 더 놀고 싶었던 것인지 계속 뒤척이고, 혼잣말을 하였다. 두 세번 정도 “아들아 이제 자야지” 라고 말을 해 주었지만 5~10분 뒤에 다시 뒤척이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이러한 모습이 귀여웠을텐데, 어제는 오랜만에 동네를 한 바퀴 뛰고 와서 피곤해서 인지, 오늘 있을 미팅 준비를 다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새벽에 못 일어날 것에 대한 걱정이 겹친 것인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잠이 들었을 것 같은데 거의 30분 동안 뒤척이고 잠에 들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아들에게 약간의 겁을 주고 말았다. 예전 어른들이 아이들이 울 때 “계속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 등으로 아이들을 달래듯이 우리 부부는 아들이 자야 할 시간에 잠에 들지 않고 계속 놀고 싶어할 때 “빨리 안 자면 괴물이 잡아 간다” 등으로 아들을 겁을 주곤 했다.
하지만 아들의 상상력이 풍부한 것인지 이러한 말에 너무나도 겁을 먹는 것 같아 보여 아내와 이야기를 해서 이러한 방법은 쓰지 않기로 했었다. 잠을 기분 좋게 자야 하는데 겁에 질려 잠드는 모습이 짠 하기도 하고,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기 때문이다. 어제 한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아들, 잠 안 자면 괴물온다” 이 말을 나도 모르게 해 버리고 말았다. 아들은 아직도 이 말을 무서워하고 겁에 질려 잠이 드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줬으면, 한 번만 더 “아들 자야지” 등으로 기분 좋게 재울 수도 있었는데 후회할 말을 했고, 아들이 어떠한 상상으로 잠에 들었는지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들의 상상력을 가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부부가 한 말들이 아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들의 표정, 말투 등으로 봐서는 꽤 영향이 있을 것 같아 이러한 방법을 쓰지 않기로 했던 것인데 나의 피로함 등으로 이런 말을 한 나 자신에게도 실망스럽고 무엇보다 아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다짐
3년 넘게 아들을 키우면서 진심으로 아들에게 화를 냈던 적이 1~2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이 때 다짐했던 것이 아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훈육은 하되 나의 감정에 따라 아들에게 화를 내진 말자였다. 그리고 이러한 다짐은 나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 밤 아들에게 ” 잠 안 자면 괴물 온다” 이 말을 하고, 아들이 무서워하며 잠 든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아무리 내가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아들을 재우진 않겠다고.
나도 사람이라 본능 혹은 나의 상황, 감정 등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육아에 있어서는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한번 더 생각하고 고민하는 자세로 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