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 다른아이와 비교하지 말자 (2023년 11월 15일)

어린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옆집 누구는 어떻더라 뭘 했다더라 이런 말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육아를 할 때 어떻게 하겠다는 몇 가지 다짐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다른아이와 비교를 하지 말자’ 였다.


육아일기 - 다른아이와 비교하지 말자


행동 발달 비교


막상 육아를 시작하고 나니 나의 다짐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생기게 되었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하루를 생활하는지 사진 혹은 영상을 보내주는데 우리 아이의 단독 활동 사진 혹은 영상도 보내주지만 단체 활동 사진 혹은 영상도 함께 보내준다. 다른 아이가 함께 나오는 영상을 보게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하게 된다.

가장 크게 걱정되었던 것이 ‘언어’ 였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한글을 읽고 말하고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한글을 사용한다. 물론 우리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영어를 제대로 알려줄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집에서도 한글에 노출되지 않으면 아이가 한글을 배우기 위해 학원 혹은 한글 학교에 가서 고통스럽게 배울 것 같아 집에서 자연스럽게 노출 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는 영어를 사용하고, 스페인어 까지 한번씩 배우고 있기 때문에 3개의 언어에 노출되고 있다.

두 돌 전 (24개월 전) 까지는 어린이 집에서 여러가지 활동들을 하긴 했지만 대부분 선생님들이 책을 읽어 주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추거나 야외에 가서 뛰어 노는 정도의 활동들이었다. 문제는 24 개월 이후 Early-Preschool class로 옮긴 후 상황이 바뀌었다.

선생님의 수업 방식에 따라 다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Early-Preschool class 로 옮긴 후 본격적으로 알페벳을 배우기 시작했고, 개별적으로 질문도 많이 하고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 선생님과 학생 간의 1:1 활동도 많이 진행 했다. 바뀐 수업 방식에 아이가 당황한 것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100% 이해를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것이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집에서는 충분히 대답하는 것을 어린이 집에서는 못하는 것을 보면 영어가 그 때 까지만 해도 익숙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단체 활동 시간에도 선생님이 이렇게 하라 혹은 저렇게 하라는 말에 친구들의 행동을 보며 따라는 경우가 많았다. 선생님의 질문에 다른 아이들은 대답을 곧 잘 하는데 우리 아이는 멀뚱히 쳐다만 보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영상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와 비교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겠다. ‘다른아이는 대답을 잘하는데 우리 아이는 못하네’,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 말씀을 듣고 행동하는데 우리 아이는 못하네’ 등등 눈에 보이니 나도 모르게 비교를 하게 되었다.


신체 발달 비교


생각해 보면 부모들은 태어날 때 부터 아이들을 다른 아이와 비교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를 데이터에 기반 해서 확인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하면서 육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아이들의 자료를 참고해서 육아을 하고 있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든 태어나면서 부터 키와 몸무게, 머리 둘레를 측정하여 평균에서 어느 정도 높은지 혹은 낮은지를 확인하고 있다.

우리 아이는 태어날 때 부터 키는 평균 이상 이었지만 체중은 늘 평균 이하였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집안에 살 찐 사람이 없는데 (체질적으로 살이 안 찌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도 비슷한 유전자를 받았겠지’ 라고 위로 (?) 를 해 주시지만, 부모님께서도 손자의 체중이 걱정 되긴 하실 것 같다. 암튼 3년이 넘게 체중이 늘 평균 이하인데 소아과 의사 선생님께서 키는 잘 크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씀해 주셨다.

같은 나이 (개월 수)의 친구들 보다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것은 익숙해졌다. 최근 교류가 많은 아는 동생의 아들은 나의 아들 보다 10개월 정도 느린데 비슷한 체중 혹은 아들 보다 체중이 더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또 다시 걱정을 하긴 했지만 꽤 오랜 시간 겪어 온 일이라 그나마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키는 늘 평균 이상이어서 걱정을 안하고 있었는데 어제 어린이 집에 아이를 데려다 주러 갔다가 아들 보다 4~5개월 늦은 친구를 보았는데 아들과 비슷한 키 혹은 좀 더 커 보였다. 이 친구는 아들과 신생아 때 부터 같이 어린이집을 다닌 친구이기 때문에 꽤 오래 동안 봐 온 친구인데 아들과 비슷해진 키에 우리 부부는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3년동안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키가 4~5개월 느린 친구와 비슷해진 것을 보고 순간 이성을 잃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2~3개월 전, 3살 체크 업을 받았을 당시 체중도 꾸준히 증가 하고 있고, 키도 평균 이상으로 측정이 되었던 사실을 잊고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친구가 아들과 비슷해진 것을 보고 우리의 식단 혹은 식사량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친구가 평균 이상으로 큰 것인데 꽤 오랫동안 봐 온 아들의 친구의 성장이 우리 부부는 내심 부러웠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마무리

사실 지나고 보면 쓸데없는 걱정이고, 의미 없는 비교였다.

아들의 언어 발달을 걱정하긴 했지만 지금 아들은 어린이 집에서 필요한 말을 영어로 잘 표현하고 아이들과 영어로 잘 대화하고 있다. 집에서는 한글을 문제 없이 사용하고 우리와의 의사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물론 크면서 영어를 더 편하게 생각하고 한글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들을 많이 하지만 그것은 그 때 가서 고민하도록 하겠다.

신체 발달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 3살 밖에 되지 않았고, 아이가 잘 먹는 날도 있고 잘 먹지 않는 날도 있다. 크면서 식욕이 왕성해 져서 식단을 조절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음식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면 큰 걱정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들 마다 성향이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우리 아이의 성향과 상황에 맞게 육아 하겠다고 몇 번씩 이야기 하고 다짐을 했다. 앞으로도 이 다짐대로 행동하고 생각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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